히딩크가 말하는 '미드필더' 고종수의 장단점.txt
2019.03.09 14:33:24

 

 

고종수가 개인면담을 요구해왔다. 뜻밖이다. 한국 선수는 모두 조용하고 내성적인 
것처럼 보였는데 축구 선수로선 좋은일이다. 고종수는 내일 경기에서 자기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게 해달라고 했다. 아니면 '섀도 (shadow) 스트라이커'라도 
시켜달란다. 파이터(fighter)답다. 그가 제 몫을 해준다면 큰 힘이 될 것 같다. 
고종수의 요구를 일단 들어줘야 할까? 더 많은 선수의 가능성을 두루 시험해봐야 
하는데. 

 

파라과이와 3,4위전을 벌였다. 1 대 1 무승부 끝에 승부차기에서 6 대 5로 이겼다 
역시 고종수가 한골을 뽑았다. 후반 11분 선제골이었다. 우리 수비는 후반 23분 
모리니고에게 골을 허용했다. 파라과이는 괜찮은 남미팀이다. 페널티킥으로 이겼다 
는게 중요했다. 
나는 이날 고종수를 처음으로 공격형 미드필더에 기용했다. 고종수는 발재간이 
뛰어난 유능한 선수이다. 그가 플레이 메이커 역활을 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해야 한다. 현대 축구에서 플레이 메이커는 과거보다 엄청나게 중요해졌다. 공격 
뿐 아니라 수비에도 가담해야 하고 경기의 맥을 짚어야 한다. 고종수는 공격형 
미드필더를 소화하기에 체력이 부족했다. 그 스스로 경기가 끝난 뒤 공격형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없음을 잘 알았다. 그는 한참 공격하다 수비 때가 되면 
허리에 손을 걸친 채 몇 분씩 걸어다니며 쉬는 모습을 보였다. 

내가 요구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는 단순한 미드필더가 아니다. 우리는 전원공격 
전원 수비를 하는 토털사커를 구사해야 한다. 공격을 하고 있다가도 공을 
빼앗기면 자기가 선 그 위치에서 상대방을 막는 공격형 수비를 해야 한다. 
그게 토털 사커요, 현대 축구다 공격하다 실패했다고 해서 가만히 있으면 
수비에 구멍이 뚫리게 마련이다. 현대 축구에서는 쉴 틈이 없다. 공수를 겸하려면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고종수에게는 힘든 포지션이다. 내가 요구하는 
미드필더형에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으리라. 

내 생각을 직접 그에게 밝혔다. 나는 나쁜 소식도 선수들에게 거침없이 전하는 
스타일이다. "패스만 찔러준다고 미드필더가 되는게 아니다" 라고 했다. 
공격과 수비를 함께 하는게 미드필더가 할 일이라며 잔소리를 퍼부었다. 
허리에 손을 올리고 쉬는 것은 경기가 끝난 다음에 할 일이지. 경기 중엔 
있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금방 알아들었다. 

 

중간에 보면 수비적가담과 체력이 약하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2002월드컵 본선하기 전부터 히딩크는 체력을 가장 우선시 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