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축구에 '상처'줬던 팀들만 모였다... '복수전'이 될 월드컵
2022.10.07 19:03:59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포르투갈과 우루과이, 가나와 함께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겨루게 됐다. 브라질이나 프랑스, 독일 등 우승후보들을 피한 만큼 비교적 해볼 만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공교롭게도 세 팀 모두 한국 축구에 상처를 주거나 악연이 있는 선수가 있는 팀들이라 한국 입장에선 '복수전'의 의미도 함께 담기게 됐다.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본선 조 추첨식에서 포르투갈과 우루과이, 가나와 H조에 편성됐다. 조별리그에선 우루과이(11월 24일)와 가나(28일), 그리고 포르투갈(12월 2일) 순으로 격돌한다.

조 추첨 전부터 '최악의 조' 후보로 거론됐던 팀들은 다행히 모두 피했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에서는 포르투갈이 8위로 가장 높고 우루과이 13위, 한국 29위, 가나 60위 순이다. 특히 우승후보들이 모인 포트1에서는 FIFA 랭킹이 가장 낮은 포르투갈과 한 조에 속하는 등 비교적 무난하다는 평가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조 추첨 직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평가했고, 이영표 KBS 해설위원 역시 "나쁘지 않다"고 표현했다.

물론 저마다 험난한 대륙별 예선을 넘고 카타르행 티켓을 거머쥔 만큼 어느 팀도 만만하게 볼 수는 없다. 포르투갈은 유럽 예선 A조 2위로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했지만 터키와 북마케도니아를 연파하고 본선에 진출했다. 우루과이는 남미예선 3위로 본선에 직행했고, 가나는 2차예선 G조 1위 통과 후 나이지리아를 제치고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방심은 절대 금물인 이유다.

특히 이번 조별리그는 공교롭게도 세 팀 모두 한국 축구가 갚아줘야 할 기억들이 있다는 점에서 3경기 모두 복수전의 의미가 함께 담길 전망이다.

포르투갈은 주장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악연'이 있다. 유벤투스 시절이던 지난 2019년 K리그 올스타전을 위해 방한했을 당시 수많은 국내 팬들 앞에서 이른바 '노쇼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앞서 싱가포르와 중국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는 출전하고도 한국에서는 단 1분도 뛰지 않고 벤치만을 지킨 것이다.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건 물론 종료 후 팬들과 인사조차 하지 않고 곧장 라커룸으로 향하는 등 시종일관 한국 축구를 무시한 처사에 팬심은 그야말로 분노로 바뀌었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도 많은 축구 팬들에게 상처로 남아 있다. 벤투호가 포르투갈과 같은 조에 속하자 당시 노쇼 논란이 다시 회자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포르투갈전 승리는 곧 호날두를 향한 가장 깔끔한 복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역대 전적에서는 1전 1승으로 한국이 우위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박지성의 결승골로 한국이 1-0으로 승리한 바 있다. 벤투 감독이 당시 포르투갈 선수로 뛰었던 경기이기도 한데, 공교롭게도 20년 뒤 이번엔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서 조국을 상대하는 얄궂은 운명이 됐다.

본선 첫 경기 상대인 우루과이의 경우 앞선 두 차례 월드컵에서 쓰라린 패배를 당했던 상처가 있다. 한국은 지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루과이와 격돌했는데 각각 0-1, 1-2로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특히 16강 토너먼트에서 격돌했던 남아공 월드컵에선 1-2로 져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벤투호 출범 이후인 지난 2018년 10월 홈에서 2-1로 승리를 거두며 우루과이를 상대로 역대 맞대결 첫 승(1무6패)을 거두긴 했지만, 이제는 월드컵을 무대로도 승전고를 울려 앞선 월드컵에서의 아픔을 털어낼 때가 됐다. 특히 첫 경기인 우루과이전 결과는 한국의 16강 진출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복수전에 대한 의미는 더욱 클 전망이다.

가나와는 그동안 월드컵 무대에서 만난 적은 없다. 역대전적에서는 3승 3패로 동률인데, 가장 최근 맞대결인 2014년 '0-4 참패'의 충격이 한국 축구엔 쓰라린 상처로 남았다. 한국이 1골도 넣지 못하고 4골 차 이상으로 패배한 경기는 가나전이 마지막이다.

당시 가나전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치른 마지막 평가전이었다. 조별리그 상대였던 알제리전을 대비한 최종 평가전이기도 했는데, 한국은 마지막 평가전에서 그야말로 속절없이 무너지며 참패를 당했다. 그 여파는 결국 월드컵 본선 1무2패의 충격적인 결과로까지 이어졌다.

가나전 참패 당시 선발로 뛰었던 손흥민(토트넘)과 김영권(울산현대)은 특히 더욱 벼르고 있을 상대다. 가나는 한국보다 낮은 포트에 속했던 데다, 이번 본선 진출국 가운데 FIFA 랭킹이 가장 낮은 팀인 만큼 16강 진출을 위해선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상대이기도 하다. 당시 참패의 설욕과 함께 승점 3점을 동시에 노릴 무대가 될 전망이다.
[스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