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달린' 황소 황희찬 "흥민이 형을 믿고 뛰어갔어요"
2022.12.03 05:32:10

[OSEN=알 라이얀(카타르), 서정환 기자] '황소' 황희찬(26, 울버햄튼)이 결국 일을 냈다. 그가 최후의 순간에 돌아와 포르투갈을 무너뜨리며 '알 라이얀'의 기적을 일궈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3일 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에 위치한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포르투갈을 상대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을 치러 2-1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1승1무1패(골득실 0, 4득점 4실점)을 기록했다. 우루과이는 가나에 2-0으로 승리하며 1승1무1패(골득실 0, 2득점 2실점)을 기록했다. 다득점에서 앞서 한국이 극적으로 조 2위를 차지,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전반 5분 한국은 히카르두 호르타에게 선제 실점을 내주며 끌려갔다. 하지만 곧이어 전반 27분 코너킥 상황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수비 실수를 틈타 김영권이 1-1 균형을 맞췄다.

돌아온 황희찬이 기적을 일궈냈다. 후반 21분 투입된 그는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 패스를 받아 정확하고 강력한 슈팅으로 포르투갈의 골망을 갈랐다. 가장 필요할 때 터진 황소의 짜릿한 한 방이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황희찬은 "경기에 투입되기 전에 흥민이 형이 제게 '오늘은 네가 하나 해줘야 된다. 할 수 있다'라고 얘기해줬다. 또 제가 교체로 들어갔을 때부터 많은 동료들이 저한테 '희찬아. 네가 해줘야 된다. 할 수 있다'라는 말들을 많이 해줘서 정말 듬직했다"라며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황희찬은 "저도 1차전, 2차전을 못 뛰면서 힘이 되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컸다, 이렇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라고 덧붙였다.

황희찬은 감격의 역전골 장면도 되돌아봤다. 그는 "사실 처음 경기장에 들어갔을 때 조금 살짝 아팠던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너무 멀다고 생각했는데 일단 흥민이 형을 믿고 뛰어갔다. 또 패스길이 정말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흥민이 형이 딱 그곳으로 너무 잘 줘서 제가 쉽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먼저 경기를 마친 한국은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가 끝나기만을 초조히 기다렸다. 황희찬은 "기다리는 게 정말 힘들기도 했지만, 저희가 16강에 갈 수 있는 자격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했다. 저희가 당연히 올라갈 거라고 믿고 기다렸다. 좋은 결과를 많이 보여드렸기 때문에 그런 믿음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황희찬은 울버햄튼 친구들과 유니폼도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후벵 네베스와 조세 사 둘 다와 바꿨다. 그래서 제가 월드컵에서 첫 골을 넣었는데 그 유니폼이 없다. 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일단 친구들하고 바꿨다. 친구들을 다시 보고 축하도 많이 받아서 되게 기뻤다"라고 전했다.

황희찬은 "그동안 동료들이 아픈 상황에서도 정말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많이 나왔다. 그래서 두 번째 경기가 끝나고 정말 '이제 진짜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 나도 뭐라도 힘이 돼야겠다'라는 각오로 경기를 준비했다"라며 "다행히 완벽하지는 않지만, 부상에서 회복을 해서 경기장에 나왔다. 정말 팀 동료들한테 너무 감동이고 또 많은 국민들이 정말 응원해 주시는 거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제가 더 많이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사실 검사 결과 (회복 기간이) 월드컵 기간보다 조금 더 길었다. 그런데 의무팀하고 많은 동료들이 또 할 수 있다고 많은 믿음을 줬다. 그래서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회복해서 돌아올 수 있었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서 너무 기쁘다"라고 덧붙였다.

이제 황희찬은 16강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을까. 그는 "저도 계속 생각했지만,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제가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옵션을 감독님께 만들어드리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플레이 타임은 감독님이 정하시는 것이다. 저는 일단 회복하면서 경기에 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월드컵 데뷔골을 넣은 순간에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황희찬은 "정말 너무 많은 단어들이 떠올랐다. 너무 자랑스럽고 너무 힘들고 너무 기뻤다. 감사한 분들도 많이 떠올랐다"라며 "동료들이 뛰어오고 팬분들이 응원해 주시는 모습을 보고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든 생각들로 가득했다"라고 말했다.